김경중 九段 對 장소룡 六段

두 선후배 프로 기사가 장기판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 김경중 九段은 아주 잘 알려졌다시피 국수전, 명인전 등에서 여러 번 우승했다. 장소룡 六段도 1995년 천리안통신배 대회 준우승, 이듬해 대전에서 열린 아마 대회 우승 등 녹록지 않은 이력을 가지고 있다. 중 3 때 입단했다는 것도 대단하다. 필자도 스물하나에 입단했으니 빠른 편이지만, 비견할 수 없다.

 무수한 응원 속에서 대국을 시작했다. 귀마 대 귀마, 楚에서는 역시 중包 전술을 들고나왔고, 漢에서는 그에 대응하는 방법을 많이 연구한 듯했다. 초반에 두 대국자 모두 시간을 충분히 쓰며 대국에 임했다. 楚에서 25수로 卒을 가만히 올려 중앙象의 멱을 트며 漢車의 향방을 묻자 그 車가 중包를 잡으러 갔다. 楚車가 한 칸 들어서서 중包를 지키니 혼자 깊숙이 들어간 漢車가 갈 곳이 없었다.

 반대쪽에서 대車가 이루어지고, 漢에서 48 兵을 다시 49로 펼쳐서 車가 살아서 돌아갈 길을 텄다. 그 바람에 39수로 47 兵이 중包에게 얻어맞았다. 필자가 바로 옆에서 보기에는 중包가 兵을 취한 것이 무리수가 아닌가 싶었는데, 신기하게도 한참 나중에 包가 무사귀환할 수 있는 그림이 나왔다. 하지만 초읽기에 몰린 탓인지 包馬대로 일단락했다. 점수는 원점이 돼서 漢에서 1.5점 앞서고 있었다.

 漢에서는 양象이 뭉쳐 있어서 조금 우형이었는데, 79수로 면包를 빼서 象을 걸자 결국 象이 하나 죽으면서 楚에서 1.5점이 앞섰다. 漢에서 114수에 53 車를 매섭지만 고요하게 57로 옮겼다. 총 대국 시간이 딱 10분 남은 시점이었다. 楚에서는 한 수에 25초 이상 생각해도 나쁠 게 없었지만 漢에서는 점수로 역전하려면 빨리 생각해서 빨리 둬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車와 양包를 활용한 공격을 이어 갔지만 楚에서 노련하게 방어했다. 漢에서 包장에 車를 잡자고 37 包가 57로 넘는 순간 대국 시간이 다 떨어졌다. 124수 楚 점수승(총 대국 시간 종료)

 

장민근 1단 對 최영기 7단

 이번에는 두 아마 유단자의 대국이다. 최영기 7단은 장기계에서 잔뼈가 굵은 아마 기사이지만, 장민근 1단은 2019년에 열린 하나은행배 대회에서 32강에 진출했던 것이 이력의 전부인 신흥 강자다.

 본선 첫 대국을 제외하고는 계속 漢을 잡던 최영기 아마가 또 漢을 잡았다. 楚에서는 역시 이른바 ‘스톡 포진’을 사용했는데, 초반에 면包하지 않고 양包가 비행 포격선처럼 붕붕 날아다니는 것이 특징이다. 漢에서도 깔끔하게 양包를 분할하고 포진을 갖췄다.

 漢에서 26수로 兵을 밀어 包를 쫓으며 이어지는 수순으로 卒 하나를 더 취했지만, 楚에서 이내 33수로 車를 17에 붙여 漢의 車와 象을 묶어 놓았다. 楚에서 35수로 63 包를 66으로 옮겨 귀馬를 걸자 漢에서 손해가 불가피했다. 노련하게 象 하나를 내주고 방어했다. 점수로는 漢이 반점 앞서고 있었다.

 이후에 楚의 중앙象이 길게 떠서 면包를 이탈시키는 데 성공했으나, 면象이 자리를 이탈하며 오히려 象이 죽는 모양이었다. 楚에서 51수로 귀馬가 고등馬로 뜨며 양馬가 힘차게 울었다. 61수로 楚馬가 기세 좋게 漢 진영으로 들어가서 수를 내고자 했으나, 62수에서 70수까지 이어지는 수순에서 漢에서 정확한 수읽기로 기물 손해 없이 兵까지 밀어 양馬의 활로를 차단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반면의 점수는 같으나 기세는 漢에서 좋은 가운데, 74수가 완착이긴 했으나 76수에 車가 33으로 들어섬으로써 복구했다. 대車하고 兵을 쭉쭉 미니 楚에서 士兵대를 허용하면서 馬장까지 맞았다. 楚에서 89수로 馬가 車를 건 것이 큰 실수로, 오히려 하나 남은 楚車가 죽었다. 대국이 끝나자, 입회인과 심판, 관전자들은 고요함을 깨뜨리고 명국을 보여준 두 대국자에게 박수갈채를 보내며 감동과 존중을 표시했다. 92수 漢 완승(투료)

                                                                            (사)대한장기협회 최민혁 3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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