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은 (사)대한장기협회 편집국장으로서 [월간기담(棋談)]을 연재하고자 한다. [월간기담]에서는 장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룰 것이며, 그 첫 번째는 지난 달 내내 성황리에 진행한 2021 ICOC배 국가대표 선발전 관전기다. 부족한 작문 실력이지만 앞으로 재미난 글들을 쓰려 노력하겠다.

10월 2일 영등포에서 진행한 예선전부터 10월 31일 김경중 九段과 최영기 7단의 결승전까지. 2021년 달력의 열 번째 페이지는 ICOC배 국가대표 선발전의 뜨거운 열기와 치열한 승부로 꽉 찼다. 필자는 10월 10일 16강전에서 떨어졌지만, 이후 심판으로 참석해 대회의 모든 현장을 맛봤다. 그 맛이 어땠냐고 묻는다면, 오미자(五味子)와도 같았다고 답할 것이다. 매운 공격과 짭짤한 수비에서 이어지는 단 승리와 쓴 패배. 대국이 끝난 뒤 실수한 것을 돌이켜보면 시큼한 후회가 남는다. 지켜보는 입장에서도 다섯 가지 맛이 생생하게 입에 도는데, 대국자들은 오죽했을까.

이번 대회는 장소룡 六段이 총괄위원장을 맡은 대회이며, (사)대한장기협회와 ICOC(국제브레인스포츠협회)가 업무 협약을 체결하며 성립했다. ICOC는 프로뿐만 아니라 아마추어들도 참가할 수 있는 브레인스포츠 국제 대회를 여는 비영리 단체이며, 영국 런던에 그 본부를 두고 있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7개국에 지부가 있다. 이번 대회 4강에 진출한 김경중 九段, 장소룡 六段, 최영기 7단, 장민근 1단은 국가대표로 선발돼 추후 대만에서 열릴 국제 대회에 샹치 종목으로 참가하게 된다.

또한 지금까지 열렸던 대회와는 달리, 이번 대회는 본선 한 국 한 국을 유튜브로 송출했다. 시청자들이 실시간으로 대국장의 분위기와 대국자들의 떨림를 느끼면서 (사)대한장기협회장 김승래 九段의 명해설을 들을 수 있다는 게 이번 대회의 큰 이점이었다. 또한 이번 대회에서 16강에 진출한 아마추어들에게는 프로 입단 자격을 부여했다. 이로써 박정대, 최은묵, 장철, 황정철, 김정건, 김준혁, 이범진, 김보민, 최지안 등 9명의 기사가 프로 初段 면허를 수여받았다.

예선전 이후 본선 33국 중 27국이 성황리에 진행됐다. 대회가 끝난 지 열흘이 지났는데 아직도 아쉬움과 여운이 남아 있다. 시큼털털한 아쉬움. 그것을 스스로 털어내 보고자 본선 27국의 흐름을 시간순으로 간단히 정리해 봤다. 특히 기억에 남는 대국에는 감상도 곁들였다.

 

김응구 아마 對 김해월 아마(32강)

본선의 개막전은 귀마 대 귀마,백전노장과 젊은 피의 싸움이었다.楚에서 초반에 漢의 왼쪽 수비선을 무너뜨리는 데 성공했으나, 漢이 양馬를 활용해 중원을 장악하며 호각을 이루었다.같은 기물이 남은 상황에서,서로의 包가 서로의 車를 걸고 있었는데漢에서 70수로 馬를 움직여 車를 살리려고 하는 바람에 兵과 馬가 차례로 죽으며 승부가 기울었다. 113수 楚 완승(외통)

 

박종우 아마 對 황정철 아마(32강)

두 대국자는 달리기 경주를 하듯이 초반을 시원시원한 속기로 풀어 갔다. 과열돼서 기물 놓는 소리를 크게 내다가, 심판이 제지하자 조용해졌다. 서로 포진이 얼추 갖춰지자 바로 전투에 돌입했다. 약간의 기물 상쇄가 벌어진 후에, 75에 있던 楚馬가87, 69, 56을 거치며 우원앙마의 약점을 파고들었다. 楚에서 馬하나를 공짜로 취하는 것으로 공격을 마무리하자, 漢에서 車와 양包를 활용한 궁밭 포격 작전을 벌였다. 楚에서 자장을 만들어 패배했는데, 대국이 끝나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64수 漢 완승(자장)

 

김경중 九段 對 김응구 아마(16강)

초에서는 역시 중包 전술을, 漢에서는 최성우 九段의 정형 귀마 포진을 들고나왔다. 대車와 卒兵 싸움 이후 楚의 학익진이 볼만했다. 馬와 象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서로의 면包를 겨냥하는 싸움이 벌어졌다. 상대방의 包를 하나씩 취하는 데 성공한 두 대국자는 서로의 궁밭을 향해 돌진을 감행했다. 楚에서는 발 빠른 기물들이 漢의 궁밭에 바짝 붙어 있었으나, 漢에서는 비교적 느린 기물들이 강을 건너는 중이었다. 게다가 宮이 한쪽으로 치우쳐 있어서 楚에서 馬장에 외통을 부르는 그림이 나왔다. 73수 楚 완승(투료)

 

황정철 아마 對 최지안 아마(16강)

초에서는 찻길도 열지 않고 초반부터 卒들을 올리기 시작했다. 漢에서도 원앙마를 차린 뒤 이에 질세라 兵들을 밀어 올려 오卒과 오兵이 임전무퇴의 기상으로 맞닥뜨렸다. 그 뒤 초에서 양귀상을 차린 것은 좋았으나 53수로 包로 兵을 취한 게 무리수였다. 이후 점수 차이가 벌어지고 좁아지기를 반복했으나, 漢에서 점수상 우위를 계속 점하고 있음은 분명했다. 142수로 漢에서 兵을 입궁시켰을 때 楚에서 包로 兵을 취했다면 점수패로 마무리될 것이었으나, 士를 빼는 바람에 이후 96을 찔려서 외통을 면하지 못했다. 150수 漢 완승(외통)

 

최지안 아마 對 김경중 九段(8강)

최연소 본선 진출자와 (사)대한장기협회 랭킹 1위의 대국이 성립했다. 楚에서는 좌원앙마를 꾸리는 듯했으나 象이 중앙으로 나가서 兵을 과감하게 취하고 宮을 우측으로 트는, 공격적인 전술을 펼쳤다. 반면 漢에서는 빨리 宮을 내리고 士를 넣는 수비 책략을 택했다. 楚에서 펼친 공격이 어느 정도 먹혀들어 象을 무혈로 뽑아내 반점이 앞서고 있었다. 하지만 漢에서 62수로 馬를 내주고 양卒을 취하며 순식간에 楚의 우진이 무너졌다. 그 틈에 漢의 중앙象이 길게 뜨며 장군하자 楚에서 더 둘 것이 없어졌다. 68수 漢 완승(외통)

-관전기 최민혁 프로2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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